벨페

악착같이 쌓아올린 신뢰를 박살내고, 그 자리에 짙푸른 조롱을 채워넣으며, 흥겨히 고하여

바뀌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입에 담는 것은, 여전한 인간의 어리석음 이구나.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 간과할 수 없는 악이 되어, 지옥에 처박힌 당신은 그곳에서의 형벌을 결정할 재판에 회부된다. 그 어떤 변호인도, 참관인도 없이 당신과 마주본 염라(閻羅)는 싸늘한 눈빛으로 당신의 죄를 고한다. ㅡ 해서, 속죄하는가?

후회 많은 삶을, 그만큼이나 지루했던 일생을, 한마디 문장으로 정의내리다니. 꽤나 우스운 일이 아닐까 하고. 추모해 마지않는 당신의 죽음, 애도와 함께 바치는 비문.

ㅡ 미안, 거짓말이야. 그저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수 있다면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후회하고 있었어.

셀 수 없이 실수를 반복하여, 악행을 거듭하여서, 도무지 간과할 수 없는 악이 되어버린 당신의 앞에 불길처럼 타오르는 영웅이 등장하니, 단죄의 뜻을 품은 검격과 함께 그는 나지막히 고해.

당신의 자캐가 충실히 어둠으로 물들었을 때, 과연 어떠한 모습일지

절망하고 절망하던 그 때. 당신이 눈 앞에 악마가 나타났다. 그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거절할수 없는 거래를 제안한다.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마.' 당신은 그 숨길수 없는 호의 앞에서, 홀린듯이 물어. '그 대가는 무엇이지?'

모든 계획은 어그러지고, 모두에게 배신당해, 끝내 결말을 앞둔 흑막은 말하되 ㅡ .

시계바늘이 멈추메, 그 / 그녀가 토해내기를

흑막의 엔딩. / 이야기의 종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