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하는 유성처럼. - 모두의 진단 결과


떨어져내리며 올려다본 하늘엔 더 이상 당신의 자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별이 지워진 자리는 순식간에 새로운 별자리로 가득 찼고, 당신의 영혼은 잿빛으로 마모되며 지평선을 따라 낙하했다.

"내 곁에 영원히 남아줘. 라노스."

떨어지는 당신을 향해 벌린 두 팔. 증오해마지않는 그리운 목소리.

당신은 이 모든 것이 지독한 꿈이라 여겼다. 깨어나지도, 저항하지도 못하는. 지독하리만큼 선명한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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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란하는 빛의 조각으로 부서져내렸다. 무수한 빛의 편린으로 조각난 새벽 하늘 아래, 옷자락 끝에서부터 부서져내리는 와중에도 그 사람의 눈동자는 여전히 당신을 향했다.

"믿겨져? 네가 믿었던 결과가 고작 이거야. 령."

떨어지는 당신을 향해 벌린 두 팔. 황홀한 빛으로 물들인 채 당신을 가득 담은 눈동자.

당신은 기꺼이 두 팔을 벌려 그 품 안에 뛰어들었다. 현실보다 더 아늑할 나락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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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결단을 내리지 못할 때, 당신은 발끝으로 물의 온도를 쟀다. 서로를 헐뜯는 사람들 사이에서, 당신은 눈대중으로 물의 깊이를 쟀다. 사람들의 비아냥을 뒤로하고 당신은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깊은 늪의 바다 아래에 잠겨있는 마지막 희망을 향해.

"허무한 결말이네. 이세리스."

떨어지는 당신을 향해 벌린 두 팔. 오만하고 뒤틀린 눈빛.

당신은 그 사람의 품 속에서 고요히 눈을 감았다. 이젠, 아무래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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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글라스처럼 빛나던 밤하늘은 아름다운 빛으로 화려하게 무너져내렸다. 밤하늘과 함께 떨어져내리는 당신 아래, 피를 머금은 붉은색 얼음장미로 이루어진 정원 한 가운데. 익숙한 그 사람이 서있었다.

"너도 나와 같구나. 필리아."

떨어지는 당신을 향해 벌린 두 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텅 빈 미소.

당신은 외마디의 탄식을 흘렸다. 이 지옥 속에 두 발이 묶인 당신과 그 사람의 운명이 가혹하면서도, 찰나의 순간이 덧없는 인생처럼 아름답다 여겨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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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스스로 떨어져내리길 택했다. 반짝이는 별들의 욕망이 당신마저 추악한 빛으로 물들이기 전에.

"함께 도망가자. 박나비."

떨어지는 당신을 향해 벌린 두 팔. 그림자의 뒷면에서 미소 짓는 입꼬리.

이미 지쳐버린 당신은 운명을 받아들였다. 유성의 낙하가 그러했듯이. 떨어져내리는 당신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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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상은 복잡한 거미줄로 엉켜있었다. 아무리 거미줄 위를 아슬아슬하게 돌아다녀도 당신은 진짜가 될 수 없었기에, 당신의 바닥을 지탱하던 거미줄을 망설임 없이 끊었다. 누군가 먼저 당신의 줄을 끊어내기 전에. 엉겨 붙은 거미줄이 당신의 사지를 속박하기 전에.

"다른 사람은 믿지 말라고 했잖아. 엘리세바."

떨어지는 당신을 향해 벌린 두 팔. 맹수가 목울대를 울리는 듯한 느른한 웃음소리.

당신의 모습만을 비추는 그 사람의 눈동자에 소름이 돋았다. 저 눈동자는 처음부터 줄곧 당신만을 쫓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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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스테인드글라스로 뒤덮인 가짜 하늘을 깨부수고 뛰어내렸다. 비록, 당신이 돌아갈 곳을 잃는다 해도. 유리조각으로 만들어진 꽃들의 정원에 진짜 낮과 밤을 되찾아주기 위해서.

"이제야 날 찾아왔구나. 에나."

떨어지는 당신을 향해 벌린 두 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인형 같은 미소.

당신은 그 사람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눈을 감으면 사라질 신기루에 불과한 환상이 아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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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호기심 많은 앨리스가 뛰어든 토끼굴속으로. 탐욕스럽게 아가리를 벌리고 모든 걸 빨아들이는 괴물의 목구멍속으로.

"믿겨져? 네가 믿었던 결과가 고작 이거야. 에나."

떨어지는 당신을 향해 벌린 두 팔. 무언가를 갈구하듯 갈증에 찬 목소리.

당신은 목구멍 속으로 놀란 신음을 삼켰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끝난 게 없었다.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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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력하게 떨어져내렸다. 이 삶의 주인공은 당신이 아닌 것을 깨달았기에. 누군가의 눈먼 욕망에 희생양이 된 것도 당신이었고, 누명을 쓰고 지옥으로 떨어져내리는 것도 당신이었다.

"도망가게 놔두지 않을 거라 말했잖아. 라이아."

떨어지는 당신을 향해 벌린 두 팔. 오만하고 뒤틀린 눈빛.

당신은 이 모든 것이 지독한 꿈이라 여겼다. 깨어나지도, 저항하지도 못하는. 지독하리만큼 선명한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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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수면 한가운데에 서서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밤하늘보다 깊은 심해 아래, 폭죽의 빛무리처럼 반짝이는 별의 은하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있었다. 당신은 그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 무리를 향해 손을 뻗었고, 홀린 듯이 검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다른 사람은 믿지 말라고 했잖아. 이세리스."

떨어지는 당신을 향해 벌린 두 팔. 분노로 점철된 목소리.

당신은 기꺼이 두 팔을 벌려 그 품 안에 뛰어들었다. 현실보다 더 아늑할 나락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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