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잊어줘. - 모두의 진단 결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신인지."

물먹은 솜처럼 온몸이 무겁습니다. 고개조차 들 수가 없군요.

"꿈이었다고 생각해."

계속 그렇게 존재하지도 않는 기억에 잠겨있을 건가요? 이젠 깨어나야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 데안 에스."

별빛조차 숨죽이는 어두운 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사람의 뒷모습이 쓸쓸한 달빛은 닮은 듯합니다.

"네가 바라던 결말이야."

부서져내리는 언어들로 뒤덮인 기억입니다. 주울 필요는 없습니다. 손끝이 베일 테니까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라노스."

시야를 가득 메우는 각양각색의 꽃들. 코를 찌르는 화려한 꽃향기. 시각과 후각은 너무나도 쉽게 현혹되어버리죠. 희미하던 그 사람의 모습도, 체향도 더는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기억할 필요 없어."

부정할 필요 없어요. 당신 눈가에 흐르는 눈물은 이미 떠올려버린 것 같으니까. 모든 것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령."

기억이 뒤죽박죽입니다. 엉킨 비디오테이프처럼.

"넌 내가 필요없어. 그렇게 될거야."

이대로 눈을 감을 건가요? ......그것도 괜찮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