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거

수많은 팔들이 당신을 잡고 늪 같은 땅 밑으로 잡아당겼다. 검은 핏물을 뚝뚝 흘리며.

"이런 꿈을... 꾼적이 있던가?"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면 좋았을텐데."

당신은 잠겨들어갔다. 더 깊은 꿈속으로. 그 어두운 심연 아래로.
이젠 일어날 시간이야, 현설.

현설의 욕망을 담은 자주색 보석.

조명 아래에서 깔끔한 광택으로 빛을 냅니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거칠거칠하고 단단한 표면이 손에서 느껴집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기시감이 듭니다. 오래전에 스쳐 지나가듯 본듯한......

당신이 원하던 비녀로 만들어 드렸습니다.
마음에 드셨길 바랍니다.

현설. 너 정말 많이 변했어. 아직 정이많은 것만 빼면.

왜 아직 정이많은거야? 그게 널 나락으로 빠트릴 텐데.

...단순 종극이라서? 정말 그걸로?


...아하하, 그래. 현설, 내가 널 어찌 말리겠어. 난 이미 네게는 소멸한 존재인걸. ...이만 가볼게. 잊지마, 날 위해 죽겠다는 약속.

현설 , 현설 ...
당신의 이름만이 같은 곳을 빙빙 도는 그 자리에,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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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떠난 그 자리에는 시들어가는  [꽃봉우리]가 꽃을 피울락 말락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곧 이자리에는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며 봄이 올지도 모릅니다. 

... 

당신은 또 다시 이곳을 그리워하겠죠.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하지만 그 감정은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

당신이 남긴 꽃의 곁에서는 익숙한 얼굴의 그 사람이 눈물을 흘립니다.

현설 , 그 곳에 있나요?

칠흑같은 어두운 밤하늘에, 한줄기 빛이 떨어졌다.

그 잠깐, 찰나의 순간에, 현설는 간청하듯이 이렇게 빌었다.

"살고싶어요.."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별똥별이 떨어진 후의 밤하늘은, 야속하게도 한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았다.